최근 농촌 이주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이사하는 ‘귀촌’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실제로 농사를 짓는 ‘귀농’ 인구는 매년 줄고 있다. 도시민의 삶은 바뀌었고, 농촌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경북으로 이주한 귀촌 인구는 3만8,782가구(5만1,654명)로 전년보다 14.1%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농업 활동을 시작한 귀농 가구는 1,537가구(1,948명)로 오히려 19.6%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흐름이다. 귀촌은 31만8,658가구로 늘었지만, 귀농은 8,243가구에 그쳐 전년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귀농 1위 지역인 경북마저 이렇다. 경북도는 “주소만 옮기고 정작 농사에는 손도 대지 않는 도시민이 많아지고 있다”며 “50대 이상 중장년층은 여전히 도시 취업과 병행 가능한 귀촌을 선호하고, 젊은층은 ‘선(先) 귀촌 후(後) 귀농’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골에 살며 자연을 누리고 싶은 욕구는 여전하지만, 실제 농업은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다. 농기계와 토지 마련 같은 초기 비용은 물론이고, 전문 지식과 기술 부족에 따른 현실적 어려움도 크다. ‘귀농은 로망이 아니라 생업’이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경북도는 이러한 추세에 맞춰 귀농 창업지원센터 확대와 농업 기술교육 강화, 초기 정착비용 지원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사를 짓고 싶은 사람’에게 실질적 도움이 가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귀농 대신 귀촌을 택한 도시민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새로운 삶의 방식이지, 반드시 쟁기와 호미가 아니다. 이제는 귀농·귀촌 정책도 ‘삶의 전환’이라는 큰 틀에서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