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가 이어지는 구미의 한 건설 현장에서 20대 베트남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국은 고온 환경에서의 ‘온열질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5시24분쯤 구미시 산동읍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A씨(20대)가 동료들에게 발견됐다.
그는 작업장 내 한켠에 앉은 채 의식을 잃고 있었으며,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이미 사후 강직(死後硬直) 상태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측정된 체온은 섭씨 40.2도에 달했다.
A씨는 숨지기 전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 뒤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찾던 동료가 앉은 자세로 쓰러진 A씨를 발견하고 즉시 신고했지만,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사고가 발생한 7일, 구미의 낮 최고기온은 37.2도. 지난달 29일부터 발효된 폭염경보는 이틀째 이어지고 있었다. 기상청은 “지면과 콘크리트가 열을 머금는 오후 시간대엔 체감기온이 40도에 육박한다”며 주의를 당부해왔다.
소방 관계자는 “사망자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라며 “현재로선 고온에 따른 열사병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8일 오전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체감기온이 35도를 웃도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야외 근로자가 많은 건설 현장 등에서는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무더위 속 야외 활동은 자제하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며 “야외 작업장엔 그늘막과 냉음료 등을 비치하고, 단독 작업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9월까지를 ‘온열질환 대응 기간’으로 지정하고 관계 부처 합동으로 예방 및 대응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