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촌 현장에서 농기계 사고가 잇따르며 고령화된 농업인들의 안전이 심각한 우려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부상에 그치지 않고 목숨을 잃는 사고까지 이어지면서 농촌 사회 전반에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말까지 농기계 관련 사고로 병원으로 이송된 인원은 359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23명이 숨졌다. 전체 사고의 62.4%가 경운기에서 발생했으며, 트랙터(8.9%), 농약살포기(6.7%)가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로는 70대가 34.8%로 가장 많았고, 60대와 80대도 각각 26.8%를 차지했다. 사실상 전체 사고 피해자의 90% 가까이가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농기계 조작 미숙, 노후 기계 사용, 음주 및 과속 등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농기계 구조적 특성상 사고가 곧 ‘중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운전자가 외부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전복·추락 시 기계에 깔리는 경우가 많아 생명을 위협한다. 실제로 지난 11일 청도에서는 농약살포기가 넘어져 60대 농민이 숨졌고, 지난달 문경에서도 경운기 전복으로 60대가 크게 다쳤다.
소방 관계자는 “농기계는 경사로·좁은 길에서 특히 위험하다”며 “보호장구 착용, 음주운전 금지, 기계 점검 등 기본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농촌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이런 사고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 경북의 농가 평균 연령은 67세를 넘어섰으며, 70대·80대 농민들이 경운기를 몰고 밭일에 나서는 것이 흔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농기계 안전 교육과 보급 지원, 고령 농민 맞춤형 안전장치 개발 등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