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불피해지원대책 특별위원회가 어렵게 제정한 산불특별법이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난개발 논란'에 휩싸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 법을 근거로 청송·영덕 지역에 골프장과 리조트 유치를 포함하는 '산불극복 재창조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80여 개 환경단체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산불특별법의 최우선 목적이 오직 피해 주민의 생존권 보장과 공동체 재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법이 난개발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이번 논란의 핵심은 '산림투자선도지구' 지정 조항이다.
국회 산불특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임미애의원에 따르면 초기 법안 발의 당시, 이 조항은 인허가 의제를 대폭 간소화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정 기준과 절차가 미흡하여 무분별한 산지 난개발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컸다고 한다.
그러나 법안 심사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하는 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난개발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법적 안전장치가 대폭 추가됐다는 것이다.
(임미애 국회의원)
법안의핵심은 중앙정부의 통제다. 인허가 의제 간소화의 특례를 인정하면서도, 지구 지정 요건에 '환경적·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재해 발생 우려가 없을 것'을 명시했다.
나아가 지정 절차에서 행안부, 환경부, 산림청, 국토부 등 관계 행정기관과의 협의를 의무화하고, 산림청의 선도지구심의회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특례의 존속 기간마저 5년으로 한정했다.
이는 광역자치단체가 독단적으로 어떤 개발계획도 임의로 추진할 수 없도록 법적 통제 장치를 마련했음을 뜻한다. 결국 산불특별법은 결코 난개발을 위한 면허증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임의원의 주장이다.
문제는 이철우 도지사가 이 안전장치들의 존재를 망각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법의 취지를 '지역 개발을 위한 특혜법'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경북이 시정 역량을 집중해야 할 곳은 골프장이나 리조트 건설과 같은 허황된 개발계획이 아니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피해 주민들은 더딘 복구 속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기본적인 일상 회복과 생계 보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 고통을 외면하고 개발을 위한 성과 내기에만 급급한 행정은, 산불 피해로 실의에 빠진 주민들에게 최소한의 도리마저 저버리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산림이 '재창조'라는 미명 아래 훼손되지 않도록, 집행 기관의 모든 행보를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산불특별법은 오직 주민들의 생존과 공동체의 재건을 위한 도구이지, 개발업자들을 위한 지렛대가 되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