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후 경북 지역에 때아닌 가을비가 20일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농작물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상 맑고 건조해야 할 10월에 잦은 비가 이어지면서, 수확기를 맞은 가을 사과와 벼 농가가 '열과(裂果)'와 '병해충'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 ‘가을비 장기화’가 부른 농업 재해
기상 전문가들은 가을철 맑고 건조해야 할 날씨 패턴이 무더위 끝에 발달한 저기압과 대기 불안정의 영향으로 평년과 달리 장기간 습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가을철 집중되는 비와 일조량 부족은 벼의 생육 전반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청송·영양·안동 등 경북 주요 사과 주산지에서는 갑작스러운 가을비로 인해 과육이 팽창하며 껍질이 갈라지는 사과 열과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열과 피해를 입은 사과는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가공용으로 헐값에 팔거나 폐기해야 한다.
농민들은 "농사를 다 지어놓고 피해가 왔는데, 보험에도 안 된다"며 "50년 농사 중 올해가 제일 괴롭다"고 호소하고 있다. 열과 피해가 농작물 재해보험의 적용 대상에서 빠져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주요 과수 생산국들이 이미 열과를 기상재해로 인정해 보험에 포함시키고 있음을 지적하며, 특약 형태의 보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벼 '깨씨무늬병' 두 배 확산, 미질 저하 우려
가을 장마는 벼 농사도 직격했다. 경북도내 농촌 지역에서는 잦은 비로 논에 물이 빠지지 않아 콤바인 작업이 지연되고, 수확을 못한 벼가 쓰러지는 '보복 현상'이 발생하면서 미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크다.
여기에 벼 '깨씨무늬병'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경북 농민들의 걱정을 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벼 깨씨무늬병 발생 면적은 이미 지난해 피해 면적(1만 5천㏊)의 두 배를 넘어선 3만 6천㏊에 달한다. 고습 환경이 장기화되면서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를 유발하는 이 병의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밖에도 고령 등 경북 마늘 주산지에서는 파종 시기를 놓치면서 내년도 농사까지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극단적인 날씨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고착화된 기후 현상‘이라는 경고가 잇따르면서, 농업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와 장기적인 재해 대응 신농법 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