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일대가 최근 ‘차(茶) 포장’으로 위장한 마약류가 잇따라 발견되며 새로운 해상 마약 유통 통로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된 의심 사례가 포항에 이어 영덕까지 확산되면서, 동해안이 국제 마약 조직의 투기·운반 루트로 활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울진해양경찰서는 지난 24일 영덕군 병곡면 백석해변에서 육군 50사단 16해안감시대대 소속 군인이 발견한 백색 물질 1㎏을 회수해 감정 의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물질은 녹색 ‘차(茶)’ 글자가 인쇄된 포장지 안에 투명 비닐로 이중 포장돼 있었는데, 이는 최근 제주와 포항에서 습득된 케타민 포장 방식과 동일한 형태다.
경북 동해안에서 비슷한 포장 유형의 마약류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항 해안에서는 지난달부터 이달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동일한 형태의 케타민 3㎏이 발견됐고, 제주에서도 최근 50일간 15건의 ‘차 봉지’ 위장 마약이 해안으로 밀려들었다. 전문가들은 조직적인 해상 유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울진해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성분 분석이 나오는 대로 관련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며 “경북 동해안 해안을 중심으로 감시·수색 활동을 대폭 강화해 마약류의 지역 사회 유입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치안 관계자들은 경북 동해안이 ‘헛점 많은 신규 해상 루트’로 인식돼 범죄 조직의 투기 지점으로 선정됐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강한 조류와 외딴 해안 지형, 긴 해안선이 겹쳐 단속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쉽다는 지적이다.
경찰과 해경은 동해안 전역을 대상으로 드론 감시 강화, 야간 순찰 확대, 군(軍)·지자체와의 협조 체계 구축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