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내년도 본예산을 올해보다 6.9%(1980억원) 증가한 3조 880억원 규모로 편성해 의회에 제출한 가운데 외형과 달리 속내를 보면 허약한 도시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1일 개최된 제327회 포항시의회 정례회에서 국민의힘 소속 정원석시의원도 지적했지만 수년동안 이어져온 포항시의 방만한 행정과 재정운용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포항시는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지속가능한 성장과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고 시민이 행복한 도시조성추진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다고 공언하지만 이는 공허한 말일뿐이다. 자칫 내년도 예산의 외형만 보면 지역 재정의 성장이자 도시 규모 확장의 신호처럼 읽힌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재정의 체력은 약해지고, 부채는 쌓이고, 기초 수입 기반은 흔들리고 있다. 성장의 풍선에 공기만 불어넣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실제로 포항시 재정자립도는 2023년 25.39%에서 내년도 19.99%로 급락했다. 재정자주도 역시 52.53%까지 떨어졌다. 이 수치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능력이 얼마나 취약해졌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명확한 신호다. 예산은 늘었지만, 자력으로 채울 수 있는 세입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3조 예산’이라는 휘장이 무색할 만큼 허약한 기초 체력이다.
문제는 구조적 위험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포항의 경제 기반인 철강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과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장기 부진에 들어갔다. 철강이 흔들리면 지방세는 곧바로 타격을 받는다. 세입 감소를 지방채로 메우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포항시 통합부채는 최근 2년 새 600억 원 이상 증가했다.
하수도 공기업 부채는 포항 재정의 가장 큰 뇌관이다. 현재 부채 2606억 원에 BTL 장기 미지급금 3206억 원을 더하면 5000억 원이 넘는 부담이 누적돼 있다. 여기에 앞으로 추진할 하수도 시설 투자 25개 사업(5644억 원)과 처리장 개선사업 임대료까지 반영하면 향후 재정압박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이미 요금을 인상했음에도 부채는 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포항시가 추진하려는 대형 사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모공원, 에코빌리지, 시립박물관·시립미술관 제2관 건립 등은 모두 수천억 원대 사업이다. 공공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해치면서까지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사업 하나하나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포항의 ‘3조 원 시대’는 자랑이 아니다. 오히려 ‘재정체력 고갈의 경고등’일 가능성이 더 크다. 포항이 첨단산업도시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 지금처럼 부채를 늘려가며 외형만 불리는 방식은 결국 도시의 미래를 갉아먹는 길이다.
포항시는 지금의 위험 신호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재정 구조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더 이상 미루면 ‘3조 예산 시대’는 축복이 아니라 재정위기의 서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