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청하면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둘러싼 의혹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이 제기한 문제는 단순한 지역 민원이나 환경 갈등이 아니다. 공무원, 정치권, 언론까지 얽혔다는 ‘이권 카르텔’ 의혹이다. 사실이라면 이는 한 지방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인허가 과정에 관여했던 공직자들의 행보다. 허가권을 행사했던 책임자가 퇴직 후 해당 사업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주장, 전직 보건소장이 이사로 참여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공직 윤리의 근간을 뒤흔든다. 공직이 ‘사적 경력 관리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런 구조가 사실이라면, 그 어떤 행정 결정도 국민은 신뢰할 수 없다.
정치권 연루 의혹은 더 위험하다. 특정 정치인의 측근이 사업에 참여하고, 선거 캠프 인사가 핵심에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역 개발 사업이 공익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설계되고 실행됐다면, 이는 민주주의 질서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여기에 언론 관계자 가족까지 얽혀 있다는 의혹은 감시와 비판 기능마저 내부에서 무너졌다는 신호다. 견제해야 할 주체가 이해관계에 편입됐다면, 그 사회는 이미 브레이크를 잃은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포항시의 대응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도 자체 조사와 전면적인 정보 공개에 나서야 마땅하다. 그러나 시는 명확한 해명 대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행정소송 결과 뒤에 숨거나 절차적 정당성만을 강조하는 식으로는 의혹을 덮을 수 없다. 오히려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의심만 키울 뿐이다.
사업자의 자금 구조 또한 정상적인 상식과 거리가 있다. 단기간 내 상환이 예정된 전환사채 발행과 촉박한 공사 일정이 맞물려 있다면, 무리한 사업 추진 가능성을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환경과 주민 안전을 좌우하는 사안이다.
지금 포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한 시설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의 공정성, 정치의 책임성,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사회의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다. 이 상황에서조차 진실 규명을 미루거나 책임을 회피한다면, 그 대가는 결국 시민의 불신과 분열로 돌아올 것이다.
포항시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이라도 모든 인허가 과정과 관련 인물,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외부 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자청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유착’이라는 단어는 의혹이 아니라 사실로 굳어질 것이다.
행정은 신뢰로 존재한다. 그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그 어떤 정책도 설득력을 잃는다. 이번 사안을 어물쩍 넘긴다면, 포항 행정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전면적인 진실 공개와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