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이 27일 경주에서 공식 개막했다. 세계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유무역과 다자주의 질서 회복을 논의하는 이번 회의는, ‘경주 선언’을 통해 새로운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주재하는 올해 APEC 회의의 주제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내일: 연결, 혁신, 번영’이다.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최종고위관리회의(CSOM)에 이어 29~30일 외교·통상 합동각료회의(AMM)가 진행된다. 각료회의에서는 디지털 협력, 인공지능(AI) 활용, 역내 공급망 복원력 강화 등 핵심 의제가 집중 논의된다.

정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AI 협력과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중점 의제로 설정하고, 정상회의 최종 결과물인 ‘경주 선언’에 이를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별도로 AI 협력에 관한 결과문서와 각료 공동성명 채택도 추진하고 있다.

정상회의 본행사는 31일과 다음 달 1일 양일간 진행된다. 1세션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에서는 무역·투자 자유화와 포용적 성장 방안을, 2세션 ‘미래의 변화에 준비된 아시아태평양 비전’에서는 AI 발전과 인구 변화 속 신성장 전략이 주요 의제가 된다.

같은 기간 경주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APEC CEO 서밋’도 열린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하며,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개막식에서 특별 연설을 할 예정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방한 첫날 CEO 오찬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번 주는 명실상부한 ‘정상외교 슈퍼위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29일부터 1박 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0일부터 2박 3일간 각각 국빈 자격으로 방한한다. 미중 정상이 같은 시기 한 나라를 국빈 자격으로 찾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29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관세협상 타결과 안보 패키지가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어 3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첫 미중 정상회담이 부산 김해공항 공군기지 내 ‘나래마루’에서 열릴 가능성이 유력하다. 11년 만에 방한하는 시진핑 주석과 이 대통령의 한중 정상회담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돼 있다.

경주 일대는 이미 최고 수준의 경비 체제에 돌입했다. 경주역과 보문단지, 화백컨벤션센터(HICO) 주변에는 철제 펜스와 2m 높이의 가림막이 설치됐고, 경찰은 하루 최대 1만8,500명의 인력을 투입해 ‘3선 경호’를 가동 중이다. 군 1,800명과 소방인력 1,300여 명도 투입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APEC 정상회의가 다자무역 질서 복원과 기술 협력의 새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그리고 ‘경주 선언’이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경제협력 비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