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로 바꿔주는 불법 통신 중계기를 전국에 설치·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경북경찰은 해외에서 걸려 온 보이스피싱과 예약 노쇼 사기 전화의 발신번호를 변조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로 20대 중계기 관리책 A씨 등 29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1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서울과 부산, 대구, 제주 등 전국의 원룸과 주택에 불법 통신 중계기를 설치하고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및 노쇼 사기 조직의 지시를 받아 해외에서 발신된 '070'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변조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피해자들이 국내 휴대전화 번호를 상대적으로 신뢰한다는 점을 악용해 해외에서 걸려 온 사기 전화를 일반 휴대전화 통화처럼 보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동원됐다. 이들은 보안성이 높은 특정 메신저 앱을 통해서만 연락을 주고받고, 범행에 필요한 장비의 전달 방식을 수시로 변경했다. 중계기 설치 장소도 계속 옮기며 단속을 피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전국 27개 장소를 동시에 단속하고 불법 중계기 638대와 무선인터넷 공유기(라우터) 30대, 가입자식별모듈(유심) 2,058개 등 통신장비 총 2,721점을 압수했다.
또 중계기 관리·운영책들을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범행에 사용된 유심과 계좌의 명의를 제공한 125명도 전기통신사업법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불법 중계기가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의 발신번호를 국내 번호로 위장하는 데 이용된 만큼, 일반 휴대전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도 사기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경북경찰 관계자는 "010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라도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금전을 요구하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며 "이런 전화를 받으면 즉시 통화를 끊고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타인에게 휴대전화 유심을 개통해 주거나 계좌 명의를 넘겨주는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