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절대적 텃밭으로 불리는 경상북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거센 ‘무소속 돌풍’이 몰아쳤다.
국민의힘이 도내 22개 시·군 중 18곳을 석권하며 외형상 승리를 거두었으나, 민심을 외면한 일방적 공천 파동의 여파로 무려 4곳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안방을 내주는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전형적인 보수 진영의 독점 공식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표 결과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북 도내 22개 시·군 단체장 선거에서 총 4명의 무소속 후보가 국민의힘 정당 간판을 꺾고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이변의 주인공은 울진 황이주, 울릉 남한권, 성주 전화식, 청도 박권현 후보로, 이들은 지역 사회에서 다져온 탄탄한 인물론과 바닥 조직력을 앞세워 여당 후보들을 일제히 따돌렸다.
이 같은 결과는 4년 전인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와 비교해도 국민의힘의 장악력이 약화했음을 보여준다.
당시에는 대구로 편입된 군위군을 포함한 23개 시·군 중 국민의힘이 20곳을 쓸어 담았고 무소속은 3곳에 불과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전체 행정구역이 22곳으로 줄었음에도 무소속 당선인은 오히려 4명으로 늘어났다.
이 같은 무소속의 대약진은 국민의힘의 해묵은 공천 방식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지역 유권자들의 여론과 후보의 경쟁력을 면밀히 살피기보다, 중앙 정치권과의 친분이나 일방적인 단수 추천 등 ‘밀실·오만 공천’을 자행하면서 현지 민심을 극도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공천에서 부당하게 배제된 유력 인물들이 무소속으로 출격하자, 정당의 기호만 보고 투표하던 경북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과감하게 ‘정당 심판’과 ‘인물 선택’으로 돌아선 셈이다.
실제로 당선권 밖의 지역에서도 국민의힘은 사지(死地)에서 겨우 살아 돌아오는 등 진땀을 흘렸다.
봉화군수 선거에서는 무소속 박만우 후보가 국민의힘 최기영 후보를 턱밑까지 추격한 끝에 단 1.35%포인트 차이로 석패하며 여당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해 여전히 민주당의 불모지임은 증명됐으나, 안동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이삼걸 후보가 국민의힘 권기창 후보와 맞붙어 개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인 점 역시 향후 경북의 정치 지형이 언제든 요동칠 수 있음을 보여준 대목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경북 유권자들이 과거처럼 '무조건 2번(국민의힘)'을 찍던 관성에서 벗어나, 공천 과정의 공정성과 후보 개인의 역량을 냉정하게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여당이 보수 텃밭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독선적인 공천을 되풀이한다면, 향후 선거에서는 더 큰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