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재정에 비상등이 켜졌다. 시 자체 수입은 줄어드는데 복지비와 인건비 등 의무 지출은 계속 늘면서, 자체 재원만으로는 살림을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포항시에 따르면 시 예산 규모는 2022년 2조5342억원에서 2026년 3조880억원으로 21.8%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재정자립도는 27.0%에서 19.99%로 떨어져 20%선이 무너졌다.
자체 세입 역시 6023억원에서 5432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복지예산은 7653억원(전체의 34.3%)에서 1조629억원(39.1%)으로 늘었고, 국·도비를 확보하는 공모사업이 늘면서 시비 매칭 부담도 함께 커졌다. 이 여파로 지방채 잔액은 2019년 말 679억원에서 2022년 말 1800억원, 2025년 말 2898억원(2026년 말 기준 2915억원)으로 4배 이상 불어났다.
박재관 포항시 자치행정국장은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정 비상 상황을 선포했다. 박 국장은 전 부서를 대상으로 일반운영비·여비·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를 10% 의무 절감하고, 행사운영비도 10~20%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 건립(230억원) 등 1000억원대 투자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재원 편성 시기도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매년 사업 필요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정비하고, 지방채를 최우선 상환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번 재정위기가 3선 임기 12년을 지낸 이강덕 전 시장 시절의 방만한 행정과 무분별한 사업 추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첨단제조혁신 테스트베드,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등 국·도비 공모사업을 잇달아 유치하는 과정에서 시비 매칭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포항 국제컨벤션센터, 체육시설, 경북시청자미디어센터 등 대규모 시설을 잇달아 준공하면서 이후 매년 들어가는 운영비와 유지관리비가 재정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영일만4 일반산업단지 조성(1000억원), 장기미집행 공원부지 보상(1250억원) 등 대형 사업에 지방채를 동원한 것도 빚이 4배 넘게 불어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7월 취임한 박용선 시장이 전임 시정에서 물려받은 재정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채 긴급 진화에 나선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력난도 재정난과 맞물려 있다. 포항시 공무원 정원은 2343명이지만 현원은 2189명에 그치고, 육아·질병휴직 193명과 출산휴가 22명 등 별도정원까지 더하면 실질 가동 인력은 정원의 80% 수준에 머문다.
다만 이번에 내놓은 대책이 경상경비 삭감이나 부서 통폐합 등 단기 세출 구조조정에 그칠 경우 매년 되풀이되는 재정난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도비 공모사업 신청 단계에서부터 향후 운영비 부담을 사전에 추계해 시비 부담이 과도한 사업은 걸러내는 사전심사 제도화, 성과가 낮은 사업을 강제 종료하는 일몰제 도입, 낙찰 차액이나 집행 잔액을 지방채 상환에 우선 투입하는 장치 마련 등이 근본 대책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