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건고추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줄어들며 국산 고추 수급에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경북 영양군이 역대 최대 규모의 홍고추 수매에 나섰다. 농가 고령화와 수입산 침체로 국내 고추 자급률이 4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영양군의 선제적인 계약재배 모델이 농가 소득 안정과 수급 조절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영양고추유통공사(사장 황찬영)는 지난 5일부터 오는 9월 22일까지 2026년산 홍고추 수매를 본격 진행한다. 대상은 지난 6월 사전 약정을 체결한 관내 1,082개 농가로, 수매 물량은 총 5,759톤에 달한다.
이번 수매량은 당초 목표치였던 5,500톤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수매량(5,000톤)과 비교해도 15% 이상 늘어난 수치로, 산지 농가들의 계약재배 참여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거웠음을 보여준다.
올해 수매 단가도 상승해 kg당 출하장려금 300원을 포함해 특등(수)은 2,750원, 특등(우)은 2,550원으로 확정됐다. 지난해 최상위 등급 수매가(장려금 포함 2,700원)와 비교하면 소폭 올랐으며, 올해부터는 등급 체계를 '특등(수)'과 '특등(우)'로 세분화해 품질 관리 기준도 한층 강화했다.
영양군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전국적인 고추 생산 위기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26'에 따르면, 올해 전국 건고추 재배의향면적은 일손 부족과 농가 고령화 여파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자급률 하락의 빈자리는 수입산 냉동고추와 가공 고춧가루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여기에 가정 내 건고추 원물 선호도가 20% 미만으로 떨어지고 가공 고춧가루 선호 경향(약 80%)이 굳어지면서, 산지 유통의 패러다임 역시 원물 매매에서 가공·브랜드화 중심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최근 폭염과 국지성 호우 등 이상기후로 산지 반입량이 줄면서 고추 가격이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나, 재배기반 자체가 약화된 상황이라 작황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극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영양군의 약정 수매 방식은 산지와 농가 모두에게 든든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농가는 가격 폭락 위험을 덜고 건조·선별에 드는 노동력을 아낄 수 있으며, 유통공사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해 대표 브랜드인 '빛깔찬' 고춧가루의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서다.
전국적인 고추 재배 감소세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운 만큼, 영양군의 대규모 계약재배 시도가 하반기 건고추 시장과 산지 유통 구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