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 이강덕 전 포항시장이 남긴 포항시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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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강덕 전 포항시장이 남긴 포항시의 위기

기사입력 2026.08.25 12:32    정승화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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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가 지난 24일 재정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예산은 3조원을 넘어섰다는데 정작 시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바닥을 드러냈다. 

 

재정자립도는 20%선마저 무너졌고, 빚은 4배 넘게 불었다. 박용선 시장호가 취임 두 달 만에 "심각한 재정위기"를 선언해야 했던 이유다. 그런데 이 위기, 시작은 지금이 아니다. 12년간 포항시정을 이끈 이강덕 전 시장의 재임 기간과 정확히 겹친다.

 

숫자부터 짚어보자. 2022년 27.0%였던 재정자립도는 올해 19.99%로 떨어졌다. 시 예산은 2조5342억원에서 3조880억원으로 늘었는데, 정작 시가 스스로 벌어들이는 자체 세입은 6023억원에서 5432억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씀씀이는 커지는데 곳간은 얇아진 것이다. 그 결과가 빚이다.

 

2019년 679억원이던 지방채 잔액은 올해 말 2915억원까지 불었다. 4배 이상이다. 이강덕 전 시장은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올해 6월 시장직을 내려놓고 경북도지사에 도전했으나 낙마했다. 다시 말해 지금 포항시가 마주한 곳간 사정은, 그가 시장으로 있던 기간에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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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곳간을 이렇게 비웠나. 이강덕 시정이 벌인 사업들을 뜯어보면 답은 어렵지 않게 나온다. 첨단제조혁신 테스트베드,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같은 국·도비 공모사업을 유치할 때마다 시비를 얹어 매칭했다. 

 

여기에 국제컨벤션센터, 체육시설, 경북시청자미디어센터 같은 대형 시설을 잇달아 준공했다. 문제는 준공 이후였다. 다 짓고 나면 그때부터 매년 운영비와 유지관리비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이강덕 시정은 사업을 벌이는 순간에는 애써 계산에 넣지 않은 듯하다. 

 

치적으로 남을 건물은 늘었지만, 그 건물을 유지하는 비용은 해마다 시 곳간에서 조용히 빠져나갔다. 영일만4 일반산업단지 조성에 1000억원, 장기미집행 공원부지 보상에 1250억원을 쓰면서 빚까지 냈다. ‘빛좋은 개살구마냥’ 대규모 사업을 벌일 때마다 박수는 이강덕 전 시장이 받았지만, 그 청구서는 고스란히 박용선 시장에게 넘어온 것이다.

 

12년이라는 긴 재임 기간 내내, 사업 하나를 시작할 때마다 "이게 10년 뒤 시 곳간에 얼마의 부담을 지울 것인가"를 따졌어야 했다. 그러나 이강덕 시정이 보여준 건 국·도비를 따냈다는 성과만 앞세우고 뒷감당은 후임 몫으로 떠넘기는 확장 일변도의 방만한 행정이었다. 

 

국·도비 공모사업 유치와 대형 시설 건립을 치적 삼아 반복하면서도, 그 결과가 시의 자립 기반을 갉아먹고 있다는 신호에는 눈을 감은 셈이다. 그 12년의 누적된 청구서가 지금 박용선 시장 책상 위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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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 박재관 자치행정국장이 내놓은 처방은 경상경비 10% 절감, 대형사업 재검토, 부서 통폐합 같은 것들이다.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이걸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경상경비 몇 퍼센트를 아끼는 것으로 12년 치 확장 행정의 청구서가 청산되지는 않는다. 

 

진짜 필요한 건 공모사업을 유치할 때부터 "이게 정말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인가"를 따지는 사전심사 장치, 성과 없는 사업을 제때 접을 수 있는 일몰제, 그리고 새 시설 하나를 지을 때마다 그것이 앞으로 수십 년간 시민 세금을 요구하는 '고정비'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재정 감각이다.

 

3조원짜리 예산표 뒤에 3천억원짜리 빚과 20% 밑으로 떨어진 재정자립도가 숨어 있었다는 사실은, 이강덕 전 시장이 12년간 쌓아 올린 겉만 번지르레한 치적 뒤에 감춰진 포항시 살림의 실체를 보여준다. 

 

결국 이번 재정위기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뒷감당을 따지지 않은 전임 시정의 누적된 선택이 낳은 결과라고 봐야한다. 박용선 시장이 물려받은 이 청구서를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앞으로 포항 시정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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