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 양식장의 고수온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포항지역에서는 고수온 주의보 발령 이후 사흘 만에 양식어류 폐사량이 100만마리를 넘어섰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3일 동해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8월 7일 기준 지역 육상양식장 27곳에서 27만7000마리가 폐사해 피해액이 1억7500만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8월 10일에는 폐사량이 100만6904마리, 피해액은 6억3600만원으로 늘었다. 사흘 만에 폐사 마릿수가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10일 경주~울진 연안에 내려져 있던 고수온 주의보를 경보로 상향했다. 이날 수온은 포항 구룡포 27.0도, 영덕 26.3도, 울진 덕천 26.2도로 나타났다. 피해는 고수온에 취약한 강도다리를 중심으로 포항 남구 구룡포읍과 호미곶면 일대에 집중됐다.
경북의 고수온 피해는 해마다 큰 폭의 변동을 보이고 있다. 2019년 1억3500만원이던 피해액은 2024년 31억원으로 증가해 최근 10년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2025년에는 역대 최장 고수온 특보가 이어졌지만 피해 어가는 1곳에 그쳤다. 올해는 8월 10일 기준 피해액이 이미 6억원을 넘어섰다.
전국 고수온 피해액도 2016년 589억원, 2018년 605억원, 2021년 292억원, 2023년 438억원에서 2024년 1430억원으로 급증했다가 2025년에는 177억원으로 감소했다. 조기출하와 액화산소 공급, 긴급방류 확대 등이 피해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지만 연도별 기상과 수온 조건에 따라 피해 규모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현재 경북에서는 106개 양식장에서 강도다리와 조피볼락, 넙치 등 2192만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고수온이 장기화할 경우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방과 선제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순환펌프와 액화산소 공급시설, 저층 취수라인, 히트펌프, 냉각기 등 장비와 시설 확충 및 재해보험료 지원 등 7개 사업에 4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액화산소 810톤과 순환펌프 1051대를 지원했다.
경북도도 올해 8개 고수온 대응사업에 54억원을 편성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3일 전국 고수온 피해 대책을 발표하고 고수온 특보 해역의 긴급 방류 물량을 지난해 약 1155만마리에서 올해 2380만마리로 확대하기로 했다.
피해 상위 10% 재해에 대해서는 보험료 할증을 면제하고, 원인 확인 후 30일 이내 추정 보험금의 50%를 우선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재난지원금 예산은 지난해보다 153% 늘어난 332억원으로 편성됐으며 넙치와 우럭 등 18개 품목의 복구 단가도 인상됐다. 15일부터는 개정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따라 폭염과 고수온 등 불가항력적 재해로 피해를 입은 경우 다음 연도 보험료가 할증되지 않는다.
포항시는 14일 강도다리 40만마리를 긴급 방류했다. 육상양식장 5곳에서 기르던 길이 10~12㎝ 강도다리 가운데 전염병 검사를 거친 건강한 개체를 선별해 12~13일 이틀에 걸쳐 바다에 풀어줬다.
긴급방류는 고수온이나 적조 등 자연재해로 피해가 예상될 때 양식어류를 미리 방류해 양식장 내 밀도를 낮추고 폐사 피해를 줄이는 제도다.
하지만 예방시설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예방시설인 저층 취수라인은 설치비가 5억~10억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절반을 양식어가가 부담해야 한다. 양식어가의 비용 부담이 커 시설 보급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해보험 가입률도 어종별로 차이가 크다. 강도다리는 가입률이 100%인 반면 넙치는 72.0%, 전복과 굴, 숭어는 각각 68.1%, 조피볼락은 24.8%에 그치고 있다. 보험 가입률이 낮은 어종은 고수온 피해 발생 때 보상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해양수산부는 중장기 대책으로 스마트양식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133억원 규모의 스마트양식산업 혁신펀드를 통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고 스마트양식 클러스터와 자동화 생산체계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어장환경 관리와 기후변화 대응 재해 예방, 중장기 품종개량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매년 반복되는 고수온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별 예방시설 투자와 구체적인 이행 일정은 추가로 마련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